안녕하세요 김성희님 1-귀금속 경제신문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jewelryask@gmail.com)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김성희님의 칼럼을 열심히 읽고 있는 23살 학생 채진아(가명)입니다. 김성희님의 조언을 얻고자 이렇게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김성희님을 알게 계기는 주얼 이라는 책에서 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중앙 선데이에 칼럼을 연재하고 계시는 알게 되었고 칼럼을 통해 많은 깨달음과 많은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부터 보석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였습니다. 그래서 미술대학교 금속공예과나 장신구학과를 목표로 실기시험에 대비해 미술학원도 다니고 열심히 준비를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원하는 학과에 가지 못했습니다. 재수를 해서 다시 한번 제가 원하는 학과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제가 원하는 과에 가지 못하고 삼수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장식미술과에 들어갔고 재학 중에는 다니던 대학교와 자매 대학인 미국의 A 대학교에서 학기 편입학생을 마친 이번 봄학기에 다시 편입한 후 2월에 졸업했습니다. 교환학생을 한 미국 대학교에 다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그곳에는 보석디자인과가 없어서 현재 보석디자인 학과가 있는 다른 미국 대학교로 편입을 고려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는 꿈이 반 클리프 아펠, 쇼메, 티파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보석 브랜드 회사에서 하이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해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가 지금 준비를 생각하고 있는 미국에 있는 대학들( RISD, RIT ) 졸업해 학사 학위를 받는 것이 꿈에 다가갈 있는 길인지 확신이 서지 않고, 이런 생각들을 하면 미국이 아닌 유럽으로 가야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자꾸 생각하든 자꾸 걱정과 불안감이 앞섭니다.
주위에는 저에게 꿈에 관련된 조언을 주실분이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궁금하면 스스로 정보를 인터넷이나 책에서 찾고 궁금증을 달래지만 그런 과정에서는 항상 제가 찾고 얻게된 정보에 대한 불안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보는 확실한지 아닌지를 있는 방법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책과 대화하고 자료들과 대화해서 얻어지는 깨달음과 조언이 아닌, 꿈에 도달해계신 분에게서 얻는 조언과 깨달음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는 지금 많은 경험을 가지고 계신 김성희 님께 제가 어떻게 길을 걸어가야 꿈에 도달하는 것이 가까워지고 이뤄 있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메일을 보내기 전까지도 엄청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갑작스런 이런 메일에 놀라시진 않으실까 바쁘실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실까.. 정말 많은 고민 뒤에 인생의 고민에 대한 조언이 절실했기에 이렇게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지금 까지 얘기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작은 조언이던 조언이던 어떠한 조언을 주신다고 해도 정말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히 계세요.

P.S 제가 생각해보고 알아보고 있었던 대학교들입니다.
영국 - 세인트 마틴 컬리지 (보석디자인)
미국 -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 (보석+메탈 스미싱)
미국 -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테크놀러지 (보석+골드스미싱)
이탈리아 - 에우로빼오 (보석디자인)
이탈리아 - 아띠 오라페 (밀라노)
이탈리아 - 크레이티브 아카데미 (밀라노) - 대학원과정 수업


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보내준 메일 잘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책을 읽고 중앙선데이 리뷰를 재밌게 보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요즘 보석디자인을 꿈꾸는 젊은 여성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배울 때만 해도 보석디자인과는 대학에 없었고 금속공예과만 있었는데 말이에요.
진아씨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대학에서는 동양화를 전공했고 매 번 일을 할 때마다 그 전공이 제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학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고싶은가 하는 의지와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목표는 나이에 따라, 혹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항상 바뀝니다.

현재 목표가 티파니나 카르티에, 반클리프 등 세계 최고의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라면 학교도 그 회사들에 갈 수 있는 학교를 찾아야겠네요. 그런데 아래 적은 학교들과 일하고 싶은 회사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 일하고 싶으면 프랑스 학교에 가야 할테고 미국의 티파니에서 일하고 싶다면 미국 학교를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그리고 지금 정한 목표가 진짜 인생의 목표인지, 아니면 한 번 해보고 싶은 바램인지도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저는 밀라노 에우로페오를 졸업한 직후에 유명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바램 조차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 때가1998년이었는데 IMF시대여서 한국에도 못 들어가고 이태리에서 당장 일자리가 있어야 했죠. 그 때 운 좋게 런던 디자인 스튜디오 일을 했는데 두 달동안 숙박 해결하고 밀라노에 돌아오니 손에 남은 돈은 80파운드밖에 안됐었어요. 그러다가 다미아니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큰 회사에서 일하니까 밖에 나가서 말하기 좋더군요. 그런데 보수도 적고 제게 문제로 남던 외국인 취업 비자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큰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의욕대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큰 회사에 자리를 준다고 해도 고려해 볼 것 같습니다. 일을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 회사가 나와 함께 큰 회사로 성공해가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제가 일하는 아주엘로스는 처음에는 직원 13명에 샵이 하나밖에 없던 회사였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샵 5개에 직원 60명이 있는 모로코 최고 럭셔리 브랜드로 성장했고 유럽 주얼리 잡지들이 앞다투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아직 이 브랜드의 유일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큰 브랜드들은 디자이너를 드러내서 브랜드 이미지에 이익이 되지 않는 한 디자이너를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한편 커가는 회사들은 디자이너의 존재를 중요시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큰 회사에서 얼마동안 일을 할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단지 이력서에 무슨무슨 회사에서 일했다는 것을 적는 것이 내 능력을 향상시켜주지는 않습니다. 무명이라도 좋다, 큰 회사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 라는 욕심이라면 또 다릅니다. 하지만 일이란 경험에서 끝나면 안됩니다. 그 경험은 나를 프로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종종 유명세는 한 인간의 앞길을 막기도 합니다. 존 갈리아노를 보세요. 디올에서 나온 후 어디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현재 로렌스 보머가 루이비통의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그는 자기 브랜드도 있고 이미 프랑스 방돔 광장에서 최고의 주얼러로 인정받은 사람입니다. 차라리 로렌스 보머 등의 디자인 사무실에서 일한다면 루이비통의 디자인을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 인정은 누가 받는지 새삼 얘기할 필요 없겠죠.
일단 목표를 정한 것 같으니 그 목표에 다다르려면 그에 맞는 길을 택해야 합니다. 프랑스 회사에서 일하고 싶으면 파리로 가세요. 불어를 배우고 프랑스 학교를 졸업하세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계단을 그려보세요. 그리고 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 생각이 없다면 한국시장도 한 번 둘러보세요. 외국 일의 경험은 한국에서 실망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 할 생각이 없다면 또 다른 문제지만요.
주얼리 디자이너를 하고 싶은 이유가 그저 주얼리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유명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돈을 벌고 싶어서인지를 생각해 보고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유명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은 과정이 되어야지 결과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서점에 나와있는 장미와 찔레라는 책을 읽어보세요.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진아씨의 행복한 미래를 축복하며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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