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8
"안녕하세요 김성희님!"(8)
Q: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종로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윤종미(가명)입니다. 한국 회사들이
다 그렇듯 저도 웨딩 주얼리를 주로 디자인 하고 있는데 패션 잡지에서 보는 패션 주얼리 디자인을 해 보는게 소원입니다. 그런데 누구는 패션 주얼리가 하이 주얼리라고 하던데 패션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
그리고 웨딩 주얼리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사실 주얼리를
패션이나 웨딩 주얼리 등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별 의미는 없습니다. 주얼리의 진정한 가치는 돈 보다 소유자가
부여하는 의미니까요. 그래도 나름대로의 차이점은 있는 것 같아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퀴즈를 하나 내 볼까요. 10캐럿짜리 오벌 컷 다이아몬드가 장미꽃
형태 중앙에 박힌 약혼 반지는 웨딩 주얼리일까요 패션 주얼리일까요? 폭포수처럼 빛을 내며 떨어지는 샹들리에
스타일의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결혼식 때 착용했다면 이건 웨딩 주얼리일까요 패션 주얼리일까요? 예물로 받았다면
웨딩 주얼리일테고, 장미, 혹은 샹들리에라는 형태가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면
패션 주얼리일테고, 가격으로 보면 하이 주얼리일 겁니다.
사전적 의미의 주얼리란 '팔찌, 귀걸이, 목걸이, 반지, 브로치 등 개인적으로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신변 장신구'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귀금속과 천연 보석(다이아몬드, 천연 보석, 산호 등
유기질 보석)을 사용해 잘 만들어진 신변 장신구'를 '파인 주얼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파인 주얼리 중에서도 더 많은 시간과 장인의 정성, 그리고 많은 보석이 사용된 것을 하이 주얼리로 다시 한 번 구분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파인 주얼리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잘 만든 프레타 포르테(Prêt-à-Porter)의상에, 하이 주얼리는 대량생산을 하지 않는 단일
제품으로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든 오뜨 꾸뛰르(Haute Couture)의상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웨딩 주얼리는 파인 주얼리의 한 부분으로 약혼반지나 예물에 들어가는 주얼리들을 일컫기 때문에 어떤 파인 주얼리도 웨딩
주얼리가 될 수 있습니다.
주얼리 디자인에서 가장 어려운 디자인은 다이아몬드 약혼반지, 바로 솔리테어 입니다. 작은 형태 안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 부분을 무시하면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습니다. 머리를 쥐어 짜는 무던한 노력으로 새로운 다이아몬드 세팅 방법, 새로운 디자인이 가미된 신제품을 개발해도 소비자는 티파니의 단순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솔리테어를 선호하니 우리의 갈길이 험하기만 합니다.
연애를 오래 한 여성들의 대부분은 남자친구가 로맨틱한 결혼 프로포즈를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영화에서 보듯
다이아몬드가 박힌 솔리테어를 손가락에 끼워주며 이승기의 '나와 결혼해줄래' 노래를 부르면서요. 그래서 이런 프로포즈 문화가 정착된다면 솔리테어
약혼반지의 수요가 더 많아질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약혼반지를 선물한 후 결혼식장에 100% 골인하는 건 아닌가봅니다. 저와 친한 프랑스 친구는
5년 전 파리 에펠탑 2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7년 사귄 여자친구에게 2캐럿짜리 반지를 주며 프로포즈를 했고 그녀는 두말 할 나위 없이 승락을
했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커플은 깨졌고 여자친구는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가락에 낀 채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남자는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고 있으며 새 여자친구가 생기더라도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며 하는 로맨틱한 프로포즈는 절대 안 한답니다.
웨딩 주얼리 얘기가 나온 김에 외국의 결혼 문화에 대해 좀 살펴볼까요?
외국도 나라마다 결혼 문화가 다르듯 결혼 시즌도 다릅니다. 많은 커플들이 날씨가 좋은 봄과 가을에 결혼식을
올리지만 어떤 나라는 7월에 가장 많이 결혼을 하기도 합니다. 신랑 신부는 결혼식장에서 주고받고 사시사철 착용할 무늬 없는 커플링 구입하는 것이
전부이며 종종 솔리테어 약혼반지도 구입하지만 대부분 평소에는 착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결혼식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최고의 주얼리를
착용하고 결혼식장에 참석합니다. 그래서 결혼식 시즌에는 당사자들보다 하객들이 주얼리를 더 많이 구입하기도 합니다. 같은 주얼리를 두 번 착용하기
싫어하는 여성들의 사치라고나 할까요.
나라별로 결혼식 문화가 다른데 모로코에서는 신부가 가마를 타고 등장합니다. 이 때 하객들이 음악의 리듬에 맞춰
신나게 박수를 칩니다. 이렇게 30분 이상 박수를 치다보면 좌우에 낀 반지들이 서로 부딪혀 금이 파이고 보석이 깨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래서
모로코에는 반지에 박힌 보석의 교환 및 수리가 가장 많습니다.
패션 주얼리는 귀금속이나 천연 보석을 사용해 만든 것은 물론 일반 금속과 스와롭스키 같은 합성, 혹은 크리스털 보석을
사용한 커스텀 주얼리, 즉 액세서리도 해당됩니다. 유명 패션 브랜드에서 로고 등을 사용해 만든 긴 목걸이, 리본이나 가죽 등을 사용해 만든 제품들도
패션 주얼리입니다. 즉 유행을 따르는 장신구들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유행을 따르면서 규모가 크고 화려한 주얼리를 금과 다이아몬드,
좋은 퀄리티의 유색 천연 보석을 사용해 만든 것이 패션 잡지에서 보는 하이 주얼리고 종미씨가 하고 싶은 디자인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즉 샤넬이나 카르티에, 부쉐론, 반클리프 같은 세계 최고의 주얼리 브랜드들이 일 년에 두 번 오뜨 꾸뛰르 기간에 소개하는 하이 주얼리들 말이죠.
프랑스의 주얼리 브랜드들이 수백시간을 할애해 하이주얼리를 제작하는 이유는 자사의 장인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고 운이 좋아 팔리기라도 하면 마진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신구를 구입하는 고객은 대부분 러시아나 중국, 중동과 브라질의 갑부들로 장신구의 목적보다 투자(현재 구입했다가 나중에
경매 등을 통해 파는 등), 혹은 소장의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구매자가 있기 때문이고 이 구매자들은 파티 등 이런 하이 주얼리를
착용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에서 막 출시된 하이 주얼리를 보그나 엘르, 코스모폴리탄 등 한국판 패션잡지를 통해
볼 수 있고 영화배우들이 협찬받아 레드 카펫에서 착용하는 주얼리가 모두 외국 브랜드 제품들이다보니 젊은이들이 그 화려함에 매혹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그런 화려함에 이끌려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고싶다고 생각하신 여성분들이 많은 것 같구요. 주얼리 디자이너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은 대중매체에 소개되는 최고의 상품들을 보고 선택하기 마련입니다만 전 세계의 수많은 주얼리 디자이너 중 과연 몇 명의 디자이너가 이런 주얼리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는지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하게 될 겁니다.
잡지에서 보는 하이주얼리를 꼭 디자인해보고 싶다면 하이 주얼리 디자인과 제작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꿈이 현실화되어 언제 어디서 의뢰가 들어올 지 모르니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에서 일을 하며 하이 주얼리를 디자인하는 것이
꿈이라면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야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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