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11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 (11)




이메일( jewelryask@gmail.com)
등록일 : 2013.02.25


Q.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제 집사람은 명품 매니아입니다. 가방이나 옷, 액세서리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식기, 전자제품, 심지어는 샴푸와 바디크림도 외국의 유명 브랜드 제품만 씁니다. 요즘은 해외의 유명 주얼리 브랜드에 푹 빠져 저를 괴롭힙니다. 지금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C 브랜드의 반지를 사달라고 조르는데 동네 금은방에서 똑같은 것으로 사준다고 해도 싫다고 하면서 같이 백화점에 가자고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도대체 집사람이 왜 명품만 고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눈에는 다 같아 보이는데 말이죠. (익명)


A. 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명품 구매의 이유는 명품을 가지면 왠지 남들보다 잘난 것 같은 우월감,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남들이 이미 최상의 상품이라고 인정한 제품을 소유함으로써 그 이미지를 자신이 차용하고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고자 하는 이유라는 거죠.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을 우리는 잊고 있습니다. 바로 명품 구매에 필요한 절차, 즉 예식에 관련된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다구요?

음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미식가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하셨겠지만 유명한 미쉘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과 동네 맛집에서 식사를 하는 것, 그리고 집에서 하는 식사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미쉘린 스타 레스토랑이 주는 이미지는 일단 다른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없는 최상의 음식입니다(이런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맛은 모두 최상이 아닐 때도 있습니다). 일류 요리사가 요리한 음식이 혀끝에서 살살 녹는 상상만으로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테이블 세팅, 은은한 조명, 멋진 테이블보와 푹신한 의자, 거기에 완벽한 무드를 연출하는 촛불까지 멋진 인테리어와 아늑한 분위기의 실내 장식은 귀족의 테이블을 연상시킵니다. 게다가 최상의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웨이터는 여성이 편히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빼주고 옷과 가방을 받아 걸어주고 마개를 딴 와인병의 목을 촛불로 데우며 디켄터에 따른 후 시음하게 하고 테이블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는 팁이 저절로 나오게 합니다. 우아한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을 최고의 서비스를 받으며 즐기는 고객에게 쉐프와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진다면 이 멋진 경험의 기억은 오래 갈겁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하는 식사는 단지 비싼 돈을 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먹는 음식과 행위를 둘러싼 모든 것을 말합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해 같은 레시피로 요리하더라도 집에서 먹으면 덜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가 이런 예식이 빠져있어서 입니다. 결국 미쉘린 스타 레스토랑이 의미하는 것은 맛있는 음식, 장소의 분위기, 서비스, 그리고 그에 맞는 가격이 모두 포함된 것입니다.

주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 제품이 잡지나 다른 미디어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심어준 환상은 제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소비자는 그 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절차 또한 중요시 합니다.

광고에 나온 제품에 매료된 소비자는 그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애가 닳습니다. 그래서 마음 먹고 연애시절 애인을 만나러 갈 때처럼 멋지게 치장하고 백화점, 혹은 단독매장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소비자는 자신에게 집중될 최상의 서비스를 잘 알고 있습니다. 은은한 향기가 나는 쾌적한 실내공간, 직원들의 상냥한 서비스, 광고에서 보던 제품을 착용해 보는 감동, 구입 전에 이것 저것 착용해 보는 선택의 과정,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찻잔에 내온 커피 한 잔의 서비스, 그리고 제품을 착용했을 때 받을 찬사와 친구들의 부러워하는 눈빛을 상상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열게 됩니다. 제품을 구매할 당시의 경험은 한 번의 퍼포먼스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할 때 마다 기억되고 이런 VIP의 경험은 다른 구매로도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제품을 똑같이 만들어 주겠다는 것은 감동의 절차 없이 물건의 가치로만 주겠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결혼신고만 해도 부부관계는 성립되지만 결혼식을 뺀 결혼을 생각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원두커피를 사서 마실 때마다 핸드밀로 갈아 내려 마시는 행위나 레드와인의 마개를 열어 코르크의 냄새를 맡고 와인잔에 조금 따라 빙빙 돌려 잔 안쪽을 적시고 한번 버린 후 다시 와인을 잔에 따라 냄새를 맡고 맛을 본 후에야 드디어 마실 수 있는 행위는 하나의 의식입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것이나 테트라팩에 든 와인의 플라스틱 뚜껑을 돌려 열고 물잔에 따라마시는 와인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의식을 한다고 해서 커피맛이나 와인 맛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행위 자체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의식임에는 분명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사랑받고자 하는 인간의 원초적 잠재의식이 숨어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면을 명품을 통해 채워 남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명품을 사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를 명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 가진 평범한 것에 명품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까요? 아내분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자라는 느낌을 갖도록 더 사랑해 보세요. 그러면 동네 금은방이 아니라 문방구에서 파는 플라스틱 반지도 명품으로 생각하고 착용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 주얼리 디자이너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본지 객원기자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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