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15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 (15)




이메일( jewelryask@gmail.com)
등록일 : 2013.05.27


Q.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현재 영국 런던에서 순수미술로 졸업을 앞둔 학생입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이 시기에 졸업 후 순수미술 관련 직업을 아무리 찾아도 딱히 흥미가 가는게 없습니다. 석사과정으로 다시 미대를 입학한다고 생각하고 디자인 아트 계열의 과들을 조사하며 주얼리 디자인이라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공부를 하게 된다면 한국(어떤 학교가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이태리(도무스 아카데미 혹은 다른 추천학교), 영국 런던(센트럴 세인트 마틴 혹은 다른 추천학교) 셋 중 한 나라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데 혹시 추천해 주시거나 거기에 대한 이유가 있으시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또한 포트폴리오 준비과정은 일년정도면 준비기간이 충분할까요? 외국계 회사의 샤넬, 스와로브스키, 구찌 등 이러한 패션 회사에 취업 할 수 있는 확률이 어떤지, 아님 한국에 있는 패션회사에 이런 자리들이 있는지 가르쳐 주시겠어요? 저는 그냥 반지 목걸이 액세서리보다 패션주얼리에 좀더 관심을 갖고 있는데, 학교에 들어가면 패션부터 웨딩 공예에 이르기까지 다 다룹니까 아니면 학교마다 특성이 있나요? 그리고 졸업한뒤 자신의 취향에 맞게 다시 포트폴리오 작업을 해서 취업준비를 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저도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졸업후 일년동안 방황하다가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했기 때문에 졸업을 앞둔 순수미술 전공자의 고민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석사과정으로 주얼리 관련 대학을 다시 가고 싶다면 이탈리아에서는 위에서 본인이 언급한대로 도무스 아카데미 밖에 없습니다. 이곳에는 주얼리 디자인과가 따로 있지 않고 패션 액세서리 학과가 있습니다. 벨트, 가방, 패션 주얼리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는 곳으로 순수 주얼리 디자인과는 조금 거리가 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한국에서도 알아주는 이탈리아 석사 자격증이 필요하다면 도무스 밖에 없겠지만 취업을 위한 실제적인 주얼리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면 도무스 아카데미는 추천할만한 곳이 못된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만일 학위가 중요하지 않다면 제가 졸업한 IED 3년과정(현재 로마에서는 이탈리아어 수업이, 밀라노에서는 영어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마랑고니 액세서리 코스 등이 있으며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편입할 수도 있습니다.

런던의 세인트 마틴은 제게 정확한 정보가 없지만 한국의 금속 공예과처럼 아트 주얼리를 배우는 곳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재 주얼리 디자이너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력을 한 번 살펴보시고 세인트 마틴의 졸업생이 많다면 커리큘럼이 좋은 학교라 봐도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도 주얼리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각 대학이나 대학원은 물론 학원과 학교등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석사학위를 원한다면 학원이나 다른 교육과정을 거친 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학원에서 1년정도 배운 후 주얼리 디자인과정이 있는 대학원에 입학한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미술을 전공했으니 본인이 열심히 한다면 포트폴리오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외국계 회사의 패션회사에 주얼리 디자이너로 취업하고 싶은 것이 희망이라면 일단 그 회사가 있는 나라에 가야 할겁니다. 문제는 그 회사들이 내부 디자이너를 고용하는지, 외부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회사가 클수록 외부의 스튜디오나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일이 많으며, 하청업체를 통해 디자인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명한 패션 브랜드에서 런칭하는 주얼리들은 디자이너가 오너이거나 대표자의 후계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 디자이너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만 강조합니다. 하청업체의 디자이너는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더라도 디자이너로 드러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신의 디자인이 유명 브랜드의 이름으로 탄생하는 기쁨만큼은 맛볼 수 있습니다. 이런 하청 회사들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외국의 패션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면 주얼리 디자인보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한국의 남대문이나 동대문에서 만드는 패션 액세서리 주얼리는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새로운 디자인이 많이 요구됩니다.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하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만일 잡지나 미디어에서 멋지게 다루는 주얼리 이미지 때문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니면 3년 후 졸업할 때 지금과 같은 고민을 다시 하게 될 상황에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순수미술 전공 후 직업을 찾기 힘든 만큼 주얼리 디자이너의 자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배우면 누구나 주얼리 디자인을 할 수는 있습니다만 누구나 유능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한국에서만 매 년 2천명 이상이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고 졸업하고 있지만 주얼리 업계의 사장님들은 고용할 주얼리 디자이너가 없다고 하십니다. 그건 제작 환경이 잡지에서 보는 보석의 화려함에 미치지 못하는데다가 디자이너의 월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취업을 꺼려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명 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자이너들이 회사의 무명 디자이너 일을 오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 배우고 시작하는 사람들은 그 분야에서 성공한 몇몇 사람을 롤모델로 정하고 그를 따라하기 마련입니다만 모든 사람의 상황과 배경은 다르고 그들이 가진 똑같은 행운을 본인도 얻을 것이라는 장담은 아무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롤모델을 정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스타일을 개척하면서 스스로가 새로운 롤모델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3년 후에 또다른 분야를 물색하고 다시 새로운 공부를 하지 않도록 주얼리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이 분야의 작업환경이나 월급수준 등을 잘 알아보고 결정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학교나 학원을 통해 취업하기를 희망하지 말고 직접 원하는 회사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제가 다미아니에 했듯 원하던 기회가 올 지도 모릅니다.

/ 주얼리 디자이너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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