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14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 (14)




이메일(jewelryask@gmail.com)
등록일 : 2013.04.11


Q.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주얼리 회사를 차리는게 꿈입니다. 욕심이 많은건지 디자인도 제가 하고 생산도 제가 하고 매장판매도 다 제가 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현재 김성희님은 디자인만 하시는지 아니면 제작이나 판매도 하시는지요? 이 모든 것을 다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디자이너님의 생각을 묻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남택우)
-------------------------------------------------------------------------

A: 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저는 90년대 초에 주얼리 디자인을 배우면서 동시에 보석감정을 공부했습니다. 보석 내부의 황홀함에 매료되어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땄고 나중에 보석감정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해 GIA유학을 생각하던 무렵 디자인 과정이 끝나 세공반에 등록했습니다. 세공은 매우 재미있었고 숨어있던 재주도 발견한데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디자이너만 하는 것보다 직접 작품을 제작, 판매하는 주얼리 작가가 되는 것이 나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즈음 디자이너로 취업을 했고 일년 후 유학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밀라노에서 학교를 마치고 디자이너로 여러 회사 일을 하면서 제가 디자인한 제품들이 잘 팔리는 것을 보고 내가 직접 만들고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는 사람과 함께 밀라노에서 작은 주얼리가게를 운영해봤습니다. 많이 팔릴 땐 신이났지만 겨울이나 비수기에는 손님이 한 명도 들어오지 않는 날도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일 년도 채 안되어 손을 뗐습니다.

그리고 결국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아이디어를 내는 디자인이며, 각 분야에서 나보다 솜씨도 좋고 경험이 많은 프로들과 일하며 최고의 상품을 제작해 많이 팔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했고 다른 능력들이 발견되면(예를 들어 글쓰기, 기획능력 등) 바로 그 능력을 시험해 볼 기회를 만든 후 책을 쓰거나 신문기고, 전시기획 등을 하면서 제게 주어진 능력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택우씨를 비롯해 제게 연락주시는 많은 분들의 심정을 백배 이해합니다.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혹은 기회가 주어지는 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에 재주가 있는지 모를 때는 일단 자기에게 관심있는 일부터 시작하며 배워가기 마련인데 알고보니 다른 부분에서도 재능이 발견되니 이것 저것 다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인재들은 다방면에서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한가지만 선택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기도 합니다만 정말 원한다면 시도해봐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처음에 작은 공방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디자인을 할 줄 몰라 자신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도면에 옮겨주는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했습니다. 디자인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모델제작자에게 의뢰해 바로 만들어서 매장에 팔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만든 제품을 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소비자에게 팔고싶어서 매장을 냈습니다. 고정고객이 생기고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다가 시장을 넓히기 위해 잡지 에 광고를 냈고 장사가 잘 되어 매장을 늘렸습니다. 매장이 많아지고 광고 수준이 높아지다보니 공방이 공장이 되고 동네 금은방이 프랜차이즈 매장이 되어 현재 최고의 브랜드로 인정받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이것은 해피엔딩의 케이스지만 이런 케이스를 꿈꾸며 많은 것을 시도하다 이도저도 못한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이것 저것 다 하고 싶은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능력이 넘쳐나는데다가 다 잘하기 때문에 한 가지만 결정해서 하기엔 자신의 능력이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모든지 자신의 손을 거쳐 결정해야 하는 완벽주의자의 성격이 강해서일겁니다. 일반적으로 완벽주의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못시키고 혼자 해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잠재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디자인, 제작, 판매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사람을 고용하면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많아질거라는 생각 때문에 혼자 다 할 수 있다면 작은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필요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혼자서 디자인, 제작, 판매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단,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다면 분업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예전에 제 마케팅 세미나에 참석하셨던 분이라면 기억하시겠지만 이탈리아의 패션 기업들이 프랑스의 패션기업들처럼 오래 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창업자의 창조, 제작, 판매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그들의 사후에 그들을 대신할 만한 디자이너나 사업가를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존경받고 인정받으면서 작은 규모의 가게나 공방을 유지하고하 한다면 혼자 해도 상관없지만 큰 포부로 회사를 설립하고자 한다면 디자이너 공방보다 전문가들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가족의 입장에서나, 업계나 나라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음악가들과 성악가, 합창단원들을 포함한 오케스트라를 이끌 지휘자가 되고싶은지 아니면 작사, 작곡, 노래, 연주, 편집을 혼자 다 해내는 싱어송 라이터 겸 프로듀서가 되고싶은지는 자신만이 알고 결정할 일입니다.

주얼리업 뿐만이 아니라 어떤 분야의 일이든 하다보면 내 일을 하고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르게 평가하고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외부에서 오기도 하지만 원하는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택우씨가 젊다면 원하는 스타일의 직업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3편과9편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주얼리 디자이너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본지 객원기자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