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 (19)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 (19)




이메일( jewelryask@gmail.com)
등록일 : 2013.08.23


Q.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제조공장과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제품은 작고 귀여운 중저가의 미스용품부터 수백만원짜리 파베스톤 제품과 유색석 제품이 주 입니다. 투자를 잘 못해 큰 손해를 본 후 자금부족으로 제품개발도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많이 힘듭니다. 그래서 가격이 더 저렴한 상품들을 몇 개 개발했는데 반응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해 나가는 지혜로운 방법이 있을까요?

A.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경기가 안 좋을 때에 가장 무서운 악영향은 바로 돈의 순환이 멈추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이 돌아야 투자도 하고 또 투자한 것에서 이익이 생겨야 또 투자를 하고 그럴텐데 말이죠. 단순히 개인적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우리 사장님들 제조나 판매 안하시고 금이나 다이아몬드 사서 꼭꼭 숨겨놓으셨다가 시세 좋을 때 파셨겠죠?

일단 자금이 돌지 않으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부분이 생산 부분인 것 같습니다. “지금 갖고있는 것도 못 팔고있는데 새 제품을 만들어 재고만 더 쌓이게 하라는 말이냐” 하며 디자인과 샘플 작업을 중단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내 주머니 사정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기때문에 생산절감의 결정을 내릴 때의 오너의 고충은 눈으로 보이는 것 보다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비첸자 박람회장에 갈 때면 약속이나 한 듯 항상 들려 제품을 주문하는 회사들이 한 10개 정도 있습니다. 그 중에는 반제품 회사도 있고 완제품 회사도 있습니다. 수년간 거래해온 회사들이라 그런지 제품이 이미 머리속에 저장되어있어 한 눈에도 어떤 제품이 신제품인지 알 수 있습니다. 신제품이라도 다 우리 시장에 맞는 것은 아닙니다(이탈리아나 홍콩 제작회사들의 시장은 전 세계이기 때문에 제품 스타일도 가지가지). 어떤 때는 마음에 드는 제품이 많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몇 개 안될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벌써 몇 년째 고객인데 우리에게 맞는 제품을 좀 개발하지… 라는 생각도 하지만 그건 제 생각일 뿐입니다.

제가 이 회사들과 수년간 거래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로부터 구입한 제품을 소비자가 구입해서 입니다. 이 회사의 스타일과 품질, 가격이 모두 맞는데다가 시기상황(유행과 다릅니다)도 적절해 고객의 욕구를 360° 충족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부스 사용료가 높아서, 경기가 나빠서 고객들이 결재를 안해서, 디자인 비용이 비싸서, 외국 시장보다 국내 시장에 전념하기 위해서 등 불경기를 핑계로 가지각색 이유를 대며 신제품을 선보이지 않는 회사들이 몇 있습니다. 처음 한 두번은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들려봤지만 신제품은 계속 나오지 않고 그나마 나온 신제품도 우리 시장과는 거리가 멀어 점점 발길을 끊게 되었습니다. 어떤 회사는 신제품을 개발하긴 하지만 최종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해 패션 액세서리 등 엉뚱한 재료나 디자인으로 만든 제품을 신제품이라고 선보입니다. 경기가 안좋아 제품 가격이 비싸면 소매상들이 구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장의 요구에 맞춰 제작할 수 밖에 없다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요. 우리는 마음에만 들면 비싸더라도 제품을 구매할 준비가 되어있는데 구입할 제품이 없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불경기라고 해서 소비자가 구입을 중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경기에도 비싸고 좋은 물건을 찾는 고객은 반드시 있습니다. 오히려 불경기일수록 여성의 소비욕구는 증가한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습니다. 만일 소매업자가 구입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그건 최종 소비자인 그의 고객이 구입을 중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우 비싼 제품이라도 마음에 꼭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가격에 상관없이 구입할 수 있는 고객들은 반드시 있습니다. 중저가의 제품을 구입하던 단골손님들의 발길은 뜸해졌겠지만 어쩌면 그들도 사지 않고는 못 배길 제품을 찾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힘든 사람들은 바로 서민들입니다. 부자들은 그다지 경기를 타지 않는 것 같아요. 단지 이 어려운 상황에 자신이 가진 것을 드러내보이고 싶지 않아 소비를 자제할 뿐입니다. 가진 것을 자랑했다가 남의 질투를 받을까 싶어 조심하는 것 아닐까요? 이런 소비자는 겉으로 가진 것을 절대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렇게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구입할 만한 제품을  구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작원가가 많이 들겠지만 정말 좋은 제품이라면 진가를 알아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고객에게 분명 팔릴 겁니다.

사실 고가의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극소수입니다. 또한 부자라고 해서 다 주얼리를 구입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동시에 중저가의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을 위한 제품구비를 소홀히 하면 안됩니다. 기존에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스타일과 가격대를 연구하고 그와 확실히 다른 디자인이면서도 부담되지 않는 가격의 신상품을 항상 구비해야합니다. 마진이 많이 남는 비싼 제품 하나를 파는 것도 좋지만 결국 마진은 대량판매를 통해 얻는다는 것을 유념하고 소비자를 유혹할만큼 아름다운 상품 개발을 게을리 하면 안됩니다.

다른 기회를 통해 여러번 말씀드린 적이 있듯이 매장은 구매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중저가에서 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구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할 준비가 된 고객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에 드는 물건을 못 찾아 매장을 그냥 나오는 경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많습니다.

잘 팔리는 상품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있는 디자인이나 가격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같은 제품도 지역에 따라 잘 팔리거나 안 팔리거나 할 수 있는 겁니다. 스스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제품을 연구해보고 자신의 시장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해 그 부분을 보충한다면 어려운 상황을 훨씬 편하게 넘기실 수 있을겁니다.

/ 주얼리 디자이너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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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귀금속경제신문(www.diamond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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