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3-귀금속 경제신문


"안녕하세요 김성희님!"(3)
(jewelryask@gmail.com)



Q: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현재 25살이고, 부산 과학기술 대학교 주얼리디자인학과 졸업반 학생 안민호(가명)입니다. 미술에 재능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주얼리 디자이너를 꿈꾸는 제게 드로잉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라 학원 상담을 받아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디자인도 하고 싶고, 직접 세공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외국으로 취업하는 루트가 있나요?
주얼리 디자이너를 하시는 이유나 동기가 있으신지, 그리고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것과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것의 차이점에 대한 김성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안녕하세요, 김성희 입니다.
자신의 꿈이 뭔지 조차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은 21세기에 확실한 꿈이 있어 그것을 좇아가는 민호씨는 이미 행운아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일러스트레이션, 3D CAD, 그리고 라이노 등 컴퓨터의 편리함과 기능성의 도움으로 디자인이나 모델 작업을 전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디자이너의 창조력과 능력은 꾸준히 요구되어지고 있습니다. 미술학원이나 기타 개인 지도를 받아 그림 실력을 향상시킨다면 하고 싶은 디자인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질테니 권장할만한 일입니다. 혹시라도 "디자이너가 그림도 못그리냐?" 라는 말을 들어선 안되겠죠?
저는 매장을 찾아온 소비자에게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 주는 '테이블 스케치'를 할 기회가 종종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석을 사용해서 원하는 제품으로 만들어 달라고 할 때 여러 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어서인데 며칠 시간을 두고 완성된 디자인을 보여주기 전에 테이블 스케치는 고객을 사로잡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영리한 고객들은 테이블 스케치만 보여줘도 완성된 모습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컴퓨터에 100% 의존하지 않는, 실력있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핸드 드로잉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도 하고 싶고 제작도 하고 싶다면......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질문의 골자는 '둘 중 하나를 고를 때 뭐를 고르면 좋을까요'가 아닌가 싶은데요? 취업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고민할 필요 없이 스스로 디자인해서 만들기까지 하는 작품활동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만일 취업을 할 의향이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겁니다. 모델 제작자, 혹은 세공사, 혹은 디자이너가 되야 하는데 이미지로 보면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가장 멋져 보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더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어떤 일을 할 때 시계를 덜 보는지, 더 보람을 느끼는지, 더 즐겁고 재밌게 하는지 생각해보고 그 일을 하세요. 그렇다면 더 잘 하고 더 오래 할 수 있을겁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주얼리 디자인을 하는 이유입니다. 디자인을 해도 해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하면 재밌고. 그러다 보니 아직도 재밌게 하고 있는거죠. 한 번은 친구에게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난 내가 좋아하는 일, 재밌어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회사들은 나한테 돈까지 주네." 이해가 되시죠?
외국 취업 루트를 물었는데 왜 외국에 취업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외국회사나 한국 회사나 다를 것 없습니다. 말도 더 안통하고 경쟁도 더 심하고 외국인에게 장기적으로 취업비자까지 줘가면서 세금 더 낼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정말 뛰어난 사람이라 회사에 이익이 될거라는 확신이 없는 이상에는 말이죠. 외국 취업을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외국회사가 한국 회사보다 급여나 환경 면에서 더 나을거라는 편견 때문입니다. 취업 루트는 저도 확실히 아는 것이 없습니다만 일단 그것이 목표라면 그들에게 자신을 고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뭔지 알릴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할겁니다.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것과 외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것의 차이점을 물었는데요. 제가 한국이나 외국이나 주얼리 업계는 비슷하다고 말하면 디자이너의 로망인 유럽의 유명 하이 주얼리 브랜드에서 일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을겁니다. 그런 회사에서 일해야 잡지에서 보는 멋진 주얼리의 디자인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회사들의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싶을 겁니다. 그렇다면 질문하기 전에 이런 회사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는 전 세계에 몇 명인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 열 명? 스무 명? 아무리 많아도 100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세계의 거의 모든 젊은 디자이너들은 주얼리 디자인을 시작할 때 유명한 주얼리 브랜드에서 일하는 100명의 디자이너 중 한 명이고 싶어할겁니다. 그들 모두가 경쟁자가 되는겁니다. 그들을 제치고 내가 디자이너가 되려면 그들보다 말도 잘하고 아이디어도 좋고 그림도 잘 그려야겠고 본인의 스타일도 남보다 멋져야 할겁니다. 그리고 현재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아프거나 사고가 나서 더 그 일을 할 수 없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할겁니다. 그래야 자리가 나서 면접이라도 볼 기회가 생길테니까요.
제 경험에 따르면 모든 것은 '나 하기 나름' 입니다. 내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들의 회사에 오래 머물도록 환경과 급여도 개선해 줄겁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내일처럼 열심히 일한다면 얼마나 예뻐보이겠습니까? 자기 일을 잘 한 후 정당한 요구를 한다면 가능한 선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느냐 입니다. 회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인지는 오너의 입장에서 보면 금방 압니다. 성실한지, 솔직한지, 회사에 이익을 주는 사람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말이죠. 누구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 누구나 쓰고 싶은 사람이 된다면 나의 활동무대는 세계로 넓어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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