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4-귀금속 경제신문
"안녕하세요 김성희님!"(4)
Q: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주얼리 디자이너로 취업 준비중인 20대 후반 박미희(가명)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총판에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준비했고 일만 구하면 되는 상황이지만 솔직히
박봉이 걱정입니다. 신입으로
들어가면 박봉은 당연할테고 경력을 쌓아도 별 다른 차이가 없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주위 사람들은 아직 젊으니 차라리 다른 직종으로 옮기라고 하는데 전에는
한귀로 흘리던게 이젠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와중에 홍콩 박람회에 다녀왔고 외국에서 일하면 좀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외국 주얼리 회사들도
우리나라와 근무상황이 비슷한가요? 외국에서 일하는 한국 디자이너 분들은 많은가요? 그분들은 어떤길을 밟아서 외국에서 자리를 잡으신건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문의하신 질문에 관한 제 의견을 적기 전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1. 주얼리 디자이너가 꿈이라면 보수가 왜 상관입니까?
2. 보수가 문제라면 주위 사람들의 말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요?
3. 평생을 주얼리 디자이너로 살 의향이 있습니까?
4. 몇 가지 언어에 능통합니까?
제가 30만원 받고 디자이너 일을 시작했다는 건 이미 지난호에서 말했습니다. 그 회사가 너무 고마워서 열심히
했던 생각이 나는데요. 내게 조금만 준다고 속상해할 것이 아니라 내가 받는 돈 만큼의 값어치있는 일을 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면 일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질겁니다. 나의 자세를 가장 먼저 느끼는 사람은 고용주입니다. 그리고 일 하는 곳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은 다름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모두가 생각하는 좀 더 나은 직장은 없습니다.
유학 후 90%의 한국 분들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이분들 중 대부분은 처음부터 외국에 정착할 생각이
없고 유학 후 한국에서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과정을 밟은 후 대학 강사, 작가로 활동하거나 디자이너 샵을 내기도 합니다. 물론 입사하거나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IMF라는 걸림돌 때문에 한국에 들어가지 못했다가
이곳에 정착한 케이스입니다. 다행히 이태리어를 잘 하고 학교 성적이 좋아서 조교가 일이 있을 때마다 제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줬습니다. 아이디어와 그림솜씨가
좋았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도 소개하기 좋았거든요. 졸업 후에는 DIA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직접 발렌자 회사들의 문을 두드리고 작품을 보여주기도 해서 다미아니의 일도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또 비첸자 전시회 등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가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력서를 보내서 면접을
보거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구한 적은 없었습니다.
한국인 주얼리 디자이너 중 카르티에에서 일하는 김수미씨가 아마 디자이너들의 로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스위스에는 제가 졸업한 밀라노 에우로페오를 마친 후 포실(Fossil)이라는 회사에서 시계와 주얼리 디자이너를 하다가 현재 스위스 포실의 디자인 제작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민씨가 있습니다. 이 분은 매우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이태리어와 영어를 잘 구사합니다. 자기 관리도 잘 해서 체격도 좋고 옷도
매우 맵시있게 잘 입는 사람입니다. 그 외에 로마에서 학원을 하는분, 제작 회사를 하는 분 등 활동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태리에서 활동하려면 이태리어를, 프랑스에서 활동하려면 프랑스어를, 중국에서 활동하려면 중국어를 먼저 배우세요.
그리고 그 회사들이 미희씨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이 사람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
그리고 가장 적절한 선에서 급여를 요구하세요. 저는 예전에 아르마니, 베르사체, 구찌, 오메가 등 패션 회사의 주얼리 디자이너로 면접을 봤다가
잘 안 됐었는데 프리랜서를 고집한 이유도 이유지만 제가 요구한 금액이 높아서 안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안 된 경우죠. 외국에서도
주얼리 디자이너의 월급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습니다. 단 유명 디자이너를 통해 자기 회사의 이미지가 수십 배 더 나아진다면 그 땐 얘기가 다르겠죠.
디자인의 환경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디자인하는데 책상과 연필, 컬러, 이외에 뭐가 필요할까요? 요즘은
컴퓨터가 필수이긴 합니다만 환경은 스스로가 만드는 겁니다. 다미아니에서 근무할 때 처음에는 우리 디자이너를 이 책상 저 책상으로 옮겨다니게 하더군요.
그렇다고 해서 디자인이 더 나쁘거나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밀라노의 좋은 건물 꼭대기에 디자인실을 따로 줬습니다. 천국이죠. 불평없이
좋은 성과를 주는 사람에게는 상은 저절로 돌아옵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부자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일하는 목적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습니다.
주얼리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정말로 주얼리 디자인이 좋아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아니면
화려함 때문에 잘 몰라서 선택했다가 지금 방황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무수히 많은 디자이너 중 뛰어난 바로 그 한 명이 되려면 열정을 갖고 그 열정에 해당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운명입니다. 그 운이 있는 그 순간에 내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노력만으로도, 천재성으로도 안 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미희씨의 운이 어디 있는지 한 번 잘 살펴보세요. 그리고 최후에 되고싶은 인물은 어떤 사람인지 머리속에 그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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