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5-귀금속 경제신문


"안녕하세요 김성희님!"(5)
(jewelryask@gmail.com)



Q: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현재 학원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정다운(가명)입니다. 디자인 실력 외에 디자이너로서 갖춰야 할 소양이나 자세 같은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안녕하세요, 김성희 입니다.
일단 디자이너의 실력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디자이너는 종합 엔터네이너입니다.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그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하며 그 일만은 잘 한다는 자신이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요즘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사용이 필수로 여겨지는데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매우 좋습니다. 모델 제작이나 렌더링을 컴퓨터로 하더라도 아이디어 스케치는 손으로 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세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손 스케치만한 것이 없습니다.
디자이너는 버튼만 누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쑥쑥 뽑아내는 자동판매기나 아이디어를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은행이 아닙니다. 그런데 고객들(특히 사장님들)은 디자이너는 아이디어 자동판매기 혹은 아이디어 뱅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라는 자동판매기의 버튼을 아무때나 꾹꾹 누르고 원하는 아이디어가 안나오면 고장났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렇기때문에 만일 그분들의 요구를 그때그때 들어주지 못한다면 아이디어 없는 디자이너, 고장난 자동판매기로 오인받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 생각할 충분한 시간만 주면 나도 괜찮은 디자이너야! 보채지 마!" 라고 소리치고 싶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닐겁니다. 그런데 기회는 누구에게나 항상 원할 때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나라는 디자이너가 어떤 디자이너인지 보여줄 수 있도록 평소에 많은 것에 관심을 두고 리서치북을 만드세요. 아이디어 자동판매기는 아니더라도 아이디어 보따리는 될 수 있을겁니다.
세공 지식은 주얼리 디자이너에게 필수입니다. 잘 그리는 것만으로는 완전한 디자이너가 될 수 없고 안 보이는 곳 까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제작된 실물을 많이 보고, 앞부분과 함께 반드시 뒷면까지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디자인을 어떻게 제작하면 좋을지 머리속에 바로 구상할 수 있는 능력은 디자이너에게 필수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디자이너가 될 수 없습니다.
요즘은 반지에 안감을 대는 것이 유행인데 사실 알고보면 이탈리아 장인들이 생각해 낸 이탈리아적인 방법입니다. 사실 안감댄 반지를 하루 종일 착용하면 저녁에 손가락이 붓고 그 부은 살들은 반지 가장자리로 삐져나갑니다. 보기 흉해요. 프랑스 회사들의 반지 등 어떤 주얼리의 뒷면을 봐도 벌집모양으로 예쁘게 뒤를 파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지에 안감을 댈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손가락이 부어도 반지 밑으로 붓고 삐져나오는 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인들은 공임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드릴로 구멍을 뚫고 뒤의 구멍이 숭숭 난 흉한 부분을 벌집모양으로 깎아내는 대신 안감으로 가리는 방법을 선택한겁니다. 뒷부분, 안보이는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주얼리입니다. 요즘 유럽으로 수출하는 홍콩 회사들은 제품의 뒷면까지 신경씁니다. 안그러면 아무리 디자인이 좋아도 엄격한 유럽인들에게 팔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무리 부분도 디자이너가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여러 색상과 형태의 다양한 보석을 사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대부분의 경우 회사에서 구입해 놓은 보석을 사용해서 디자인 하는 경우가 많지만 만일 디자이너가 새로운 트랜드를 캐치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 제작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재료를 직접 구입해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바로 보석의 구입입니다. 보석의 가격은 산지, 커팅, 색상, 무게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속지 않고 제가격에 좋은 보석을 구입할 수 있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어떤 때는 디자인을 먼저 하고 그에 맞는 보석을 찾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보석을 먼저 구입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하기도 합니다. 둘 다 좋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그 보석을 사용해 디자인할 사람이 구입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나온 제품은 잘 만들어졌는지, 의도대로 제작이 되었는지 볼 수 있어야 하고 만일 잘 못 된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다시 만들어야 할 지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좋은 제품, 잘 만든 제품, 나쁜 제품을 알아내는 눈을 키운다면 머천다이저로도 활동할 수 있을겁니다. 제품을 착용해 봤을 때 고객이 느끼는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좋다는 것입니다. 반지의 난발이 옷에 걸린다던가 팔찌를 착용했을 때 불편하다던가 목걸이가 뒤집어진다던가 귀걸이가 무거워서 오래 착용하지 못한다던가 하는 점들을 미리 체크할 수 있어야 구입을 결정하게 되는 겁니다. 아무리 예쁜 제품도 착용시 불편하면 팔기 힙듭니다. 제품이 예뻐서 비싸게 주고 제품을 구입했는데 이런 불편함 때문에 진열장의 천덕꾸러기로 만들면 안되겠죠?
예전에는 덤으로 필요하던 사항이 요즘은 기본이 된 사항도 있습니다. 바로 언어능력입니다. 여러 언어를 구사하지 못해도 영어는 좀 해야 다른 나라에 박람회를 보러 가더라도 문제 없이 리서치 할 수 있고 위에서 언급한 구매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일종의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네 옷차림과 착용한 액세서리가 뭔가 달라서" 디자이너일거라 짐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주얼리 디자이너라고 말하면 일종의 퀴즈를 맞춘것 처럼 좋아합니다.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착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 제품들의 가격이 내 주머니 사정과 맞지 않는다면 단지 세련된 옷차림과 스타일, 그리고 품위있는 말과 행동 만으로도 주얼리업계라는 럭셔리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자신을 더 럭셔리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제 여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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