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7


"안녕하세요 김성희님!"(7)

(jewelryask@gmail.com)


Q: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강남에서 주얼리샵을 경영하고 있는 이종미(가명)라고 합니다. 주얼리샵을 경영한지 수 십년이 되었고 고정 고객도 상당히 늘었습니다. 큐빅제품은 취급하지 않고 다이아몬드와 18K 금제품만 취급합니다. 종로는 물론 홍콩이나 기타 주얼리 박람회에서 제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와 유색보석을 따로 구입하여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장인들과 함께 우리만의 디자인을 개발해 판매하기도 합니다. 장기간의 판매 경험이 있지만 소비자가 주얼리를 고를 때 어디서 확신을 얻는지, 무엇에 염두를 두고 구입하는지 항상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제 생각에 판매는 예술입니다. 같은 물건을 팔아도 누구는 더 많이 팔고 누구는 적게 팔고 같은 장소에 있어도 어떤 가게는 장사를 잘 하는데 어떤 가게는 그렇지 않죠.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소비자들의 구매하는 모습을 보며 느낀 점 몇 가지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여자 고객이 보석상에 들어가는 이유는 여러가지일 겁니다. 남자친구와 함께 착용할 커플링을 사러,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선물할 반지를 사러, 결혼 예물을 사러, 생일 선물을 고르려, 약혼반지를 맞추려,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작은 주얼리를 사러, 지나가다가 진열장에 전시된 반지가 너무 예뻐서 그냥 가격이나 물어보려고, 잡지에서 광고를 보고 궁금해서, 여유돈이 생겨서 등등 많은 이유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 고객이 보석상에 들어가는 이유는 몇 가지로 줄어듭니다. 아내, 혹은 여자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아니면 자신이 착용할 시계를 보러, 이런 정도 일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똑똑한 상인들은 남성 고객들이 구입하는 주얼리가 펜던트나 귀걸이, 팔찌 등이 더 많은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겁니다. 남성들은 반지를 구입할 때 대부분 여성들과 함께 오거나 미리 여성이 골라놓은 반지를 계산하고 가져가기만 합니다. 왜 그럴까요?

간단합니다. 펜던트나 귀걸이를 착용한 자신의 모습은 거울을 통해서만 볼 수 있지만 손가락에 낀 반지는 하루 종일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눈에 띄는 반지는 마음에 꼭 들어야만 착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자친구와 헤어지면 그 반지를 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반지를 볼 때마다 선물한 사람이 생각나기 때문이겠죠. 펜던트나 귀걸이는 거울 볼 때만 보이기 때문에 마음에 쏙 들지 않아도 착용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나 보다 남이 보라고 착용하는 주얼리라 그럴 겁니다. 혹시라도 남성이 사가져간 반지를 여성분이 다른 것으로 바꾸러 온다면 그건 반지가 여성분 마음에 쏙 들지 않아서입니다. 그래서 남성들은 선물할 때 펜던트를 선호합니다. 또한 사이즈 때문이기도 합니다. 틀린 사이즈의 반지를 사서 "내 반지 사이즈도 모르냐?" 하고 매를 맞느니 아예 안전 아이템을 고르는 겁니다. "맘에 안들면 다른 것으로 바꿔준대." 라는 말도 잊지 않구요.

말 나온 김에 여성 고객분들의 얘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여성 고객들은 주얼리가 자기 마음에 쏙 들어도 그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그건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대한 타인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이 정말 예쁜지, 가격은 적정한지, 과연 잘 고른 건지... 테이블 위에 주얼리들을 죽 펼쳐놓고 안절부절못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같이 온 남자에게 "이거 어때? 예뻐? 맘에 들어?" 하고 그의 의사를 묻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비싼 제품일수록 남자의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는 경우가 자신이 직접 구매하는 때 보다 많습니다. 남자는 빨리 나가고 싶기 때문에 뭐든 예쁘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자는 이것 저것 다 착용해 보고도 확신이 없어 계속 맘에 드냐고 물어보기만 합니다. 이 때 선택의 결정적인 역할은 가게 주인이 해야합니다. (비싼 제품을 팔고 싶으시더라도)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주얼리를 솔직히 얘기해주고 그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합니다. 만일 이 소비자가 그 날 구입한 주얼리로 인해 행복감을 느꼈다면 조만간 매장문을 열고 다시 들어올겁니다.

만일 고객이 한 제품을 두고 살까 말까 망설인다면 그것을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작년에 태국에서 구입한 원석으로 펜던트 2개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이미 팔았고 이 것이 마지막 제품이다, 구입한 보석을 다 사용했기 때문에 같은 모델을 더 이상 만들 수 없다' 라고 해서 희소성을 부여한다든가 혹은 '그 귀걸이를 착용하시니 얼굴이 더 환해 보이신다' 등 더 나아지는 외모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언들은 절대 '진실'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구입한 주얼리를 착용하고 동창회에 나가서 친구들의 부러움과 칭찬의 소리를 듣는다면 이 고객도 조만간 다시 돌아올겁니다.

제품이 고객 마음에 쏙 든다면, 즉 제품과 사랑에 빠진다면 그()는 그 제품의 가격이나 어울림에 상관 없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제품을 구입하고야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이 사랑에 빠질 제품을 구비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문제는 그 제품이 뭔지 모른다는 것이죠. 그래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 가격대, 제품 스타일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고객은 주얼리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까지 뭘 원하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신제품이 나오면 예쁘게 사진도 찍고 멋진 광고도 만들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세상이 루이비통이나 샤넬 제품을 원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광고가 "이것이 바로 네가 원하는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고객은 광고에 난 주얼리는 무조건 싫다고 합니다. 이들은 주관이 확실한 매우 힘든 고객으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흔한 디자인은 절대로 구입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위해 디자이너가 그림을 그려주길 원하며 대량생산된 유명 브랜드의 제품보다 자신을 위해 유일하게 제작된 제품을 소유하기를 원합니다. 이들을 위해 있는 브랜드가 프랑스의 로렌스 보이머나 JAR 등일 겁니다. 이들은 어떤 가격이라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충성스러운 고객을 확보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입니다. 제 경우에 한 번은 소비자가 특별한 반지를 제작해달라고 6개월을 조르고 졸라 결국 원하는 반지를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더 멋지게 만들어줬더니 너무 행복한 나머지 같은 반지를 화이트골드, 옐로우 골드, 레드 골드로 각각 주문해 자신이 두 개, 그리고 친한 친구에게 선물까지 주더군요.

같은 고객이 다시 매장 문을 열었을 때 그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프로포즈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이 구비되어야 합니다. 고객의 취향에 맞으면서 아직 갖고 있지 않는 제품이 구비되어 있어야 같은 고객에게 또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겁니다.

고객은 아무리 부자라도 자신이 구입한 제품은 그가 지불한 가격보다 더 비싸보이길 바랍니다. 1캐럿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멜레 다이아몬드 여러개가 세팅된 것, 혹은 큼직한 펜던트라 3캐럿 정도가 박혔을 거라 생각했는데 1캐럿만 사용되었다는 등 착시효과가 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이 주얼리를 만드는 회사들은 안 보이는 곳에까지 보석을 박는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보석에 큰 돈을 지불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잘 안다면 그에 맞는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자의 마음은 갈대인지라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골라 구입한 주얼리도 오랜만에 동창회에 나타난 친구가 ", 그거 얼마줬니, ? 그게 그렇게 비싸? 그렇게 안 비싸 보이는데" 내지는 "그 반지 끼니까 네 손가락이 더 굵고 짧아보인다" 등의 질투에 가득한 말을 한다면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더라도 아마도 그녀는 이 주얼리를 다시는 착용하지 않을겁니다. 왜냐하면 살 때와 마찬가지로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친구들이 동창회 모임에 나오지 않기만을 열심히 기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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