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16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 (16) |
이메일( jewelryask@gmail.com) | |
등록일 : 2013.06.04 |
Q.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서울에서 제 브랜드로 주얼리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한 고객이 찾아와서 두 제품을 고르고 가격비교를 하다가 저희 직원에게 ‘왜 두 반지의 캐럿 수나 금 중량이 비슷한데 한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더 비싸냐’고 물었는데 저희 직원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제게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전화로 물어왔습니다. 저도 당시 좀 당황해서 올바른 답을 주지 못한 것 같은데 이럴 때 어떤 대답이 가장 옳은 답인지 김성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아마 이 고객은 까르띠에나 불가리 매장에 들어가서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브랜드 제품일 경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원가나 재료의 무게 등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고 브랜드의 가치와 제품의 호감도, 그리고 제품 소유의 욕구, 그리고 주머니 사정에 따라 제품 구입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브랜드가 아닌 일반 매장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는 주인이 마진을 얼마나 남기는지까지 계산해보고 싶어합니다. 특히 주얼리의 경우 인터넷을 통해 다이아몬드 가격과 당일의 금시세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가 아닌 이상 마진을 많이 남기면서 제품 가격을 정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비싼 이유는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재료에 관련된 원가 이외에 추가로 디자인, 원본 및 제작, 고급 보석세팅, 포장, 광고, 매장과 직원, 홍보물, 그리고 회사의 마진과 브랜드 가치 등에 대한 비용이 제품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보석이나 원자재 구입을 위한 여행경비, 기계 보수비와 새 기계 구입, 고객관리 비용 등은 그나마 포함되어있지도 않습니다. 반면 무명 제작사가 유명 회사 제품의 사진을 보고 약간 변형한다거나 비슷하게 만든 제품들은 위에 나열한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낮은 가격으로도 자신의 마진을 얻을 수 있는겁니다.
브랜드 제품이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비용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일일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일단 브랜드 제품이면 그들이 자체 개발한 오리지널임을 입증받고 고객은 가격에 대비해 제품의 질이 떨어지더라도 제품에 주어진 정찰가에 큰 의심이나 군소리 없이 지갑을 엽니다. 아무도 샤넬의 손바닥만한 2.55가방이 큰 샤핑백보다 더 비싼 이유를 묻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며 동대문에서 파는 10만원대 잘 만든 가죽가방은 만원이라도 깎아보려고 애쓰지만 백만원이 넘는 루이비통의 플라스틱 가방은 마지막 십원도 깎지 않고 구입하는 이유와 마찬가지입니다.
제조를 하는 분들이 브랜드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바로 높은 마진 때문입니다. 단지 유명해지기 위해 브랜드를 하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브랜드란 유명함이라기 보다 고객과 사회에서 인정한 신뢰도의 이미지입니다. 과거에 쌓아온 신뢰도와 인지도가 작용하기 때문에 역사가 없는 브랜드는 쉽게 성공하기 힘듭니다. 역사적인 브랜드들이 수십년, 수백년에 걸쳐 구축한 신뢰를 제로에서 시작한 신생회사가 단시간에 쌓아 올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주얼리의 사이즈나 보석의 캐럿, 사용된 보석의 종류와 원산지에 따라 제품의 가격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같은 캐럿이더라도 VVS등급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것과 SI를 사용한 제품의 가격은 당연히 달라질테고 같은 크기의 진주라도 중국산 담수진주가 남양진주보다 싼 것은 당연한 일일겁니다. 핸드메이드 제품이라면 가격은 더 비쌀테고 더구나 명장이 만들었다면 그 가격과 가치는 더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이 매장에서 팔고 있는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품의 매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메인스톤을 구입하기 위해 수개월을 기다리며 리서치를 했다거나 보석을 직접 산지에서 구입했을 때 생긴 에피소드, 그리고 주얼리 제작을 위해 걸린 시간 등을 자세히 말해주면 아마도 가격에 대한 불만이 나오지 않을겁니다. 또한 고객의 신뢰감을 구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만일 직접 디자인한 제품이라면 고객에게 디자인을 보여줄 수도 있고 그에 따른 단일상품의 희귀성 등을 강조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고객으로부터 “아니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 가격에 팔아도 남는게 있나요?” 하는 질문을 되받을지도 모릅니다.
매장에 들른 고객이 마지막에 제품을 구입했는지는 되묻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고객이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식들을 소개할 때 그들의 가장 좋은 점만 골라 자랑하며 멋진 사람으로 만들 듯 우리가 파는 상품도 최대한 멋지게 설명해 그들에게 주어진 가격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격 결정은 주인이 하는 것 입니다. 매장에 있는 작은 물건 하나하나에까지 존재감을 부여한다면 고객은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할지라도 그 의미나 가치는 깎지 못할 것 입니다.
/ 주얼리 디자이너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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