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성희님 12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 (12) |
이메일( jewelryask@gmail.com) | |
등록일 : 2013.03.07 |
Q. 안녕하세요 김성희님.
저는 서울에서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가족이 모두 매장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더러 제작도 하지만 주로 외부에서 구입해서 팔고있습니다.
작년에 한 고객이 반지와 귀걸이 세트를 구입했는데 금년 초에 매장에 와서 보석이 떨어졌다며 바꿔달라고 합니다. 수리해준다고 하는데도 다른 물건으로 바꿔주거나 돈으로 달라고 합니다. 일단 바꿔준다고 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놓은 상태인데 솔직히 다른 물건으로 바꿔주기도, 돈으로 주기도 싫은 상황입니다. 김성희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지 궁금합니다.
A.안녕하세요, 김성희입니다.
그 상황 이해가 갑니다. 참 난처하시죠. 일단 한 번 판매한 제품인데 소비자의 부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제작에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할 길도 없이 책임을 져야 하니 말입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경기가 안 좋은 시기에 하나 팔기도 어려운데 한 번 내 주머니에 들어온 돈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건 생각하기도 싫죠.
저희 매장에서 있었던 비슷한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의 한 하청회사가 제작한 모자이크 MOP(mother of pearl) 주얼리 세트가 있었습니다. 매우 비쌌는데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예뻐 제품을 진열하자마자 한 고객이 구입했습니다. 얼마 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반지의 모자이크 조각 하나가 떨어져나갔습니다. 다행히 고객이 조각을 찾아 매장으로 가져왔고 우리는 얼른 수리해줬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고객은 같은 반지를 갖고 매장에 다시 왔습니다. 다른 부분의 조각이 또 떨어져버린겁니다. 사장님은 고객이 불만을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반지와 함께 아무 문제도 없던 귀걸이까지 받고 돈을 환불해줬습니다(반지에 문제가 있다면 귀걸이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문제거리를 아예 제거해 버린겁니다).
고객은 패션 잡지에 실린 우리 회사의 광고를 보고 멀리서 오신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맘에 쏙 들어 산 제품일지라도 두 번씩이나 장식이 떨어져나갔기 때문에 실망과 함께 감동도 사라져버린 겁니다. 이 고객은 우리가 아무리 최상의 제품을 만들고 수리제품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경험 때문에 다시 먼걸음을 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사장님이 제품을 환불해줬을 땐 그 고객을 다시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셨을겁니다. 그래도 환불을 해줌으로써 고객이 퍼뜨릴 악담은 일단 막은 셈임니다. 고객이 먼저 요구하기 전에 자신의 이미지와 고객 관리를 위해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신중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우리의 하청회사는 어떻게 처신했을까요? 저는 아름답지만 운 나쁜 이 주얼리세트를 하청회사 사장님께 보여주고 그에 상당하는 가격의 다른 제품으로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우리와 10년째 거래하고 있는 이 회사의 사장님도 두말없이 귀걸이와 함께 다른 제품으로 바꿔주셨습니다. 그들이 제작한 문제에 하자가 있어 고객에게 손해를 줬기 때문이고 더불어 그들이 절대 알 수 없었던 문제를 우리를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교환이나 환불은 결코 좋은 경험은 아닙니다. 하지만 때로는 자신이 판 제품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일단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은 잃은 고객이라 생각해도 좋을겁니다. 매장이 스스로 신용과 감동을 잃게 한 것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고객이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올 가능성은 아직 많습니다.
제작자와 소매업자는 한 번 판매한 제품에 대해 장기간 책임질 의무를 갖고있습니다. 수리를 잘 해주는 것도 최상의 서비스에 포함됩니다. 단골손님이 왔을 때 착용한 주얼리가 누렇게 바랬다면 초음파 세척을 해준다거나 손상된 부분을 빠른 시간 내에 수리해주는 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단지 새상품을 팔았을 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이렇게 신뢰하는 매장이라면 어쩌다 파베 다이아몬드 하나가 빠져도 소비자는 충분히 배려할 마음의 여유를 가질겁니다. 어쩌면 수리를 핑계로 자신을 여왕처럼 환대하는 매장 방문을 한 번 더 할 수 있게 되어 좋아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주얼리 보관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알려줄 의무 또한 갖고 있습니다. 소비자분들은 비싸게 주고 산 주얼리의 가격을 종종 잊으시는지 반지낀 손으로 요리도 하고, 반지를 낀 채 손을 씻기도 하고, 진주귀걸이나 산호 귀걸이를 착용하고 향수를 뿌리기도 합니다. 자신들의 부주의는 생각 못하고 제품이 손상된 후에 저질의 제품을 속아서 샀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는겁니다. 이런 경우들이 생기지 않도록 매장에서는 판매와 함께 취급 주의점도 함께 알려주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제품을 갖고 돌아왔을 때는 팔 때와 마찬가지로 즐거운 마음으로 수리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정성을 다했는데도 고객이 불만에 가득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인다면 환불과 함께 고객분에게 경쟁사 명함을 드리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일지도 모릅니다.
/ 주얼리 디자이너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본지 객원기자
이태리 스텔라-비 대표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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